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
우선, 필자는 해당 작품을 영화관에서 볼 수 있었던 연령대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작품을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청소년기에 누구나 그렇듯 질풍노도의 시기에 빠져 있을 무렵 슬픈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을 탐구하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이 작품을 알게 되어 만족한다. 그 당시의 많은 일을 생각한다면 아직도 부끄러움에 이불을 차게 되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매번 감동과 함께 큰 만족감을 선사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줄거리
감상평
간단히 이야기를 하자면 이혼 가정에서 계모와 친모,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겪는 아이들의 혼란에 대한 문제를 다룬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요즘은 이혼이라는 소재가 그렇게 특별한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도 이를 겪는 가정을 만날 수 있고, 그들 사이에서 항상 아이가 없는 일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혼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갈라서게 된 부부 당사자는 결국 원하는 길을 택할 뿐이며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아이들만이 남는다.
해당 작품에서도 아이들은 매번 선택의 과정을 겪는다. 친부와 이혼을 하더라도 계속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아이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는 친모인지, 친부와 실질적인 부부 관계가 되어 젊은 감각으로 조금 더 자신의 입장에서 문제를 생각해주는 계모인지에 대해서.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단순히 어른의 갈등으로 인해 선택의 과정에 놓이게 되는 상황을 겪는다.
한 번이라도 청소년기를 겪어 본 성인이라면 딸인 안나의 생각의 흐름을 이해하고 감정선에 대해 깊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선과 악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으며 단순히 가치관의 문제에서 대립하고, 화합하는 과정 끝에는 이별이 찾아온다. 이 작품에 대한 결말을 알고 있거나 모르고 있더라도 그 슬픔이 덜해지진 않는다. 나는 첫 번째도, 두 번째도, 그리고 작년 말에 다시 볼 때도 울었던 작품이다.
함께 감상하면 좋을 만한 작품
극중 친모인 재키가 이자벨에게 하는 명대사가 하나 있다.
I have their past, and you can have their future
내가 아이들의 과거를 가져갈테니, 당신은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해줘요.
이 대사를 읽고, 듣게 되었을 때 내가 떠올렸던 작품은 김종철 시인의 <만나는 법>이었다.
만나는 법 / 김종철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물었습니다 내일은 언제 오나요 하룻밤만 자면 내일이지 다음 날 다시 어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오늘이 내일인가요? 아니란다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또 하룻밤 더 자야 한단다 고향에서 급한 전갈이 왔습니다 어머니 임종의 이마에 둘러앉아 있는 어제의 것들이 물었습니다 얘야 내일까지 갈 수 있을까? 그럼요. 하룻밤만 지나면 내일인 걸요. 어제의 것들은 물도 들고 간신히 기운도 차렸습니다 다음 날 어머니의 베갯모에 수실로 뜨인 학 한 마리가 날아오르며 다시 물었습니다 오늘이 내일이지 아니에요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하룻밤을 지내야 해요 이제 더 이상 고향에서 급한 전갈이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 집에는 어머니는 어제라는 집에 아내는 오늘이라는 집에 딸은 내일이라는 집에 살면서 나와 쉽게 만나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
최대한 스포일러 없이 작성하였으나 대략적인 감상평을 보고 짐작을 하실 만한 부분도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슬픈 영화로만 각인되는 것이 아니라 이혼 가정과 그 사이에서 겪는 아이들의 어려움과 같은 문제까지 사색한다면 조금 더 감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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